예 천

안도현

있잖니껴. 우리나라에서 제일 물이 맑은 곳이

어덴지 아니껴? 바로 여기 예천 잇시더

물이 글쿠로 맑다는 거를 어예 아는지 아니껴?

저러쿠러 순한 예천사람들 눈 좀 들이다 보소

사람도 짐승도 벌개미도 땅도 나무도 허공도

마카 맑은 까닭이 다 물이 맑아서 그렇니더

어매가 나물 씻고 아부지가 삽을 씻는 저녁이면

별들이 예천의 우물속에서 헤엄을 친다 카데요.

우물이 뭐이껴? 대지의 눈동자 아이껴?

예천이 이 나라 땅의 눈동자 같은 우물 아이껴?

호명면 황지리에서 태어난 안도현(54)은 대한민국의 대표 시인이다.

원광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으며,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〈낙동강〉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.

1998년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과 2002년 노작문학상을 비롯해 이수문학상, 윤동주문학상,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

현재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.